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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2008/06/21 꼬리에 꼬리를 물며 풀어가는 요즘 이야기들(5)
청담동 GE빌딩에 있는 자바시티에서 한 시간 넘게 [눈먼 자들의 도시]를 읽었다. 그곳에서 그 책의 절반 정도는 읽은 것 같다. 물론, 카페에서 책을 읽으려면 절대 공짜로 앉아있다가 나갈 생각을 하면 안된다. 그래서 쿠키앤크림 자발란치 한 잔을 곁들이기로 했다. 잔을 다 비워도 절대로 컵을 반환해서는 안 된다. 그 컵은 "내가 현재 그 자리를 임대하고 있오. 그 자리를 떠날 때 까지는 자리를 넘보지 마시오"란 뜻을 가진, 일종의 권리와도 같은 거니까.
샌드위치라도 같이 시킬 것을 그랬나보다. 배가 살짝 고파온다. 점심께 노원역에서 영화를 본 뒤 냉면 한 그릇을 해치운 것이 그 날의 유일한 식사였다. 하지만, 소스와 빵가루를 손에 묻혀가며 책을 읽고 싶지는 않았다. 좀 더 책을 읽는 데에 집중하고 싶었다. 그리고, 소스와 빵가루를 묻히면 안 되는 책이기도 했다. 빌린 책이었으므로. 샌드위치...... 첫 직장에서는 그렇게도 만들기 지겨워했던, 그것에 발목을 잡혀서 더 배울 것을 못 배우고 있다는 관념 때문에 나를 직장에서 나가게 만들었던 그 녀석. 지금 직장에서는 차라리 "내가 직접 나서겠다"고 외치고 싶을 지경이다. 물론 야채를 고르는 눈은 없지만, 재료만 공수해주면 칼질이든 삽질이든 내가 맡겠노라고 말하겠다는 것이다.
짬이 나면 동료직원들과 매일같이 푸념을 늘어놓는 것이 바로 "샌드위치를 왜 안 하냐"는 것이다. 자바시티와 비교하면 서브메뉴의 종류도 형편없이 적다. 어쩌면 샌드위치 한 종류가 빠진 것 밖에 없다지만, 내 직장의 단골들 중에 커피단골은 있어도 빵이나 케잌 단골은 없다는 것은 전략을 수정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. 하지만, 본사로의 언로(言路)가 끊어졌다는 이유로 결국 본사로는 더 이상 샌드위치를 시작하자는 제의가 없는 모양이었다. 아무리 내 직장이라지만, 정말이지 "돈을 벌 생각만 있지 장사를 하겠다는 생각"이 없는 것 같아 답답하다.
그렇다면 자네가 이야기해보지 그래? 나도 용기 없기는 똑같은 걸, 뭐. 고치고픈 것도 많고 싸우고픈 것도 많지만 그것을 한 번도 제안 등으로 이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. 이미 마음속으로 "어차피 안 들을 게 뻔한데 뭐하러 이야기하냐"는 생각이 박혀버렸다. 그렇게 지레짐작으로 포기해버렸다. 매사에 그렇게 포기해버린 게 한 둘이 아닌데도,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. 돌대가리.
"싫다고 할텐데 뭐"하는 생각으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 한 번 안하고 지금까지 몇 년을 살았냐고. 실제로 그런 대답을 들어보지도 않았으면서. 차라리 그런 대답을 들으면 속이나마 시원할 것을 알면서. 아직도 나는 거절당하는 것에 참 약하다. 하필이면 사소한 일에 목숨거는 성격이 더해져서 "무시당했다"는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 얽혀버렸으니. 그래서, 특히 여자들과는 어느 선 이상으로는 친해진 적이 없다. 차단당할 것 같은 공포 때문에.
그렇게 쉬는 날이 되면 혼자 카페를 찾아 책을 읽는다. 사실은 사람과의 수다로 의미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는 훨씬 합리적일 지도 모른다. 하지만, 그 합리적이라는 기준 자체가 인간관계에서 만큼은 퇴색해질 때가 많다. 사실은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뽑아낼 것이 얼마나 많은데. 내 결심을 이끌어낼 말들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데.
방 청소를 시작했다. 내 방은 한 개가 아니다. 0.5개와 0.5개의 조합일 뿐이다. 쉽게 말해, "자는 곳"과 "노는 곳"이 나뉘어있다는 것이다. 인터넷 회선비용을 아끼겠다고 이런 편법을 동원하는 바람에 자는 곳과 노는 곳이 하나가 되어야 할 방이 분리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겪고 말았다. 하지만, 그 덕분에 오늘 만큼은 다소 힘을 덜 쓰게 되었다. 방 청소를 하면서 "내 구역"에 해당되는 곳만 치웠기 때문이다. 나머지 "공통구역"이라 지정된 곳은 언젠가는 치우게 되겠지.
방 청소가 끝난 뒤에 느끼는 허리통증과 개운함이란 무얼까. 허리통증이야 작년 말에 다친 전력이 있다보니 스트레칭을 조금이라도 하지 않으면 금방 경보등이 울리니 어쩔 수 없고. 개운함은...... "보거스는 내친구" 세트장을 해체시켰다는 데에서 오는 것이랄까? 이제 자기 전에 샤워만 하면 끝나겠구나. 아, 아직 해야 될 게 있구나. 완전히 버리기로 한 책들과 종이들을 폐기처분해야지. 왜 아직도 내 서랍에 대학 리포트가 남아있지? "언젠가 보게 될 날이 올거야"는 허튼 생각 때문에?
아마도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습관인지는 모르겠는데, 나도 버리는 것을 참 못한다. 버리기를 못하신 어머니는 유통기한이 5년이나 지난 리쿠어를 아직도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다. 그걸 보관하겠다고 냉장고를 또 사셨다. 그 돈으로 차라리 인터넷 회선을 따로 놓던가. 버리기를 못하는 나는 다시는 읽지 않을 책과 대학 리포트 등을 책장에 쳐박고 있다. 생각해보니까 내가 정말로 버려야 하는 데 버리지 못한 것이 있구나. 사람들과의 사소한 인연에 대한 집착. 제발 버리자.
더 이상 글을 이을 무언가가 남지 않았다. 마지막은 지금까지 썼던 것들과 관계없이 맺어볼까.
아직은 사랑의 힘보다 사람의 힘을 믿는다. 그래서 더 많이 만나고 싶다.
- 청담동 GE빌딩 자바시티에서, 2008년 6월 19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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조죽희.
2008/07/01 00:05
가끔씩은 혼자 카페가서 아메리카노 한잔 시켜서 죽치곤 하지만 요즘은 바빠서 그러질 못 하네요. ㅎㅎ
어떻게 보면 그럴때가 책은 많이 읽었었는데..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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